김시덕 아저씨를 처음 알게 된 건, 예전에 읽었던 그의 책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를 통해서였어요. 그 책에서 그는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를 해양 세력과 대륙 세력의 충돌로 보고, 임진왜란부터 태평양 전쟁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풀어냈죠. 단순히 ‘중국이 싫다’, ‘일본이 싫다’의 문제가 아닌, 더 큰 역사적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었어요.
이번에 읽은 책은 조금 다른 주제입니다. 사실 아내가 유튜브 월급쟁이 부자들 채널에서 이 책을 추천받고 저에게도 추천해줬어요. 부동산 투자와 경제적 자유를 목표로 하는 채널에 인문학자가 나왔다니, 좀 의외였죠. 그런데 막상 책을 펼쳐보니 우리나라 주거와 부동산 개발의 역사를 풀어내는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펼쳐지더라고요.
이 책의 제목 *어디서 살 것인가?*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어요. 한국어로 ‘살다’는 단어에는 살기(living)와 사기(buying)의 의미가 동시에 담겨있잖아요. 한국의 주거지 개발과 변천을 이 시각으로 풀어내는데, 생각보다 재미있고 유익했습니다. 특히 충격적이었던 사실은 세종시 이전이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추진된 것이 아니라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계획되었다는 점! 다만 정치적 목적은 다소 달랐어요. 안보 목적의 분산을 위해 검토했던 과거와 지방분권의 현재 사이의 차이가 흥미로웠습니다.
또한 서울에서 살 때 들었던 아라뱃길 역시, 알고 보니 이름만 바뀌었을 뿐 이미 경인운하 사업의 연장선이었다는 사실도 새로웠어요. 행정적 방향성이나 계획은 한번 세워지면, 천천히라도 결국 실행되는 '관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개발의 역사가 북한과의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안보를 무시할 수 없었다는 점은 매우 현실적으로 다가왔어요. 이 책을 읽으며 미군부대와 한국군 부대에서 발생하는 환경 문제, 산사태나 지진, 해일 등의 재난을 고려해 어디에 살아야 할지 고민하게 되었답니다. 산 근처 아파트에 살고 있는 저도 평소에 너무 안일하게만 생각한 것 같더라고요. 어디에 살지와 어디를 살지, 두 개의 차원을 다시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겠다고 느꼈습니다.
부동산을 인문학자의 관점에서 다루어주니, 단순한 재테크나 투자서와는 또 다른 깊이가 느껴져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일상에서 중요한 부분을 돌아보게 해 준 책이라 추천드리고 싶네요!
책정보
우리는 어디서 살아야 하는가 : 인문학자가 직접 고른 살기 좋고 사기 좋은 땅
Author : 김시덕 지음
Publisher : 포레스트북스
Format : 344 pages, eBook
ISBN : 9791191347975
내 마음의 밑줄
최근 빠르게 도시화가 진행 중인 세종시 금남면 용포리. 행정수도 백지계 획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던 지역이다 보니 도시화의 양상은 난개발에 가깝습니다.
P.29
빵 공 장이 자리한 캠프 마켓만 인천 부평에 남아서 반환 절차가 진행되 고 있습니다. 이 캠프 마켓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둘러 싸고 최근 인천에서는 많은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논의의 결 과에 따라서 부평이 신도시 같은 주거단지로 바꿀 가능성도 있으 므로, 여러분도 관심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P.31
저는 송산그린시티와 향남을 비롯한 화성시의 서부, 안중과 포승을 비롯한 평택시의 서부, 아산시 ?당진시 ? 서산 시 북부가 지금보다 더 크게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합니다.
P.41
국공내전의 결과 경부축이 부활했고, 이 축에서 볼 때 북한으로 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동남권이 한국의 공업단지로 선택되었다 고 이해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동남권이 박정희? 전두환 두 대통 령의 고향이었기 때문에 공업단지를 몰아주었다고 말하는 건, 역 사의 흐름을 한두 사람의 존재로 설명하려는 영웅주의일 뿐입니 다.
P.44
군 부대 부지 및 그 주변 토지를 거래할 때에는, 그 부대가 미군이었든 한국군이었든 토양 오염의 우려가 있다는 사 실을 인식하고 신중하게 접근하면 좋겠습니다.
P.50
현장에 가서 주변 시설들을 꼼꼼히 살피고, 인터넷 등에서 그 지역 ? 건물의 주소와 산사태', '연약지반, 지반 침하. 토양오염, '공장, '공해', '군 부대' 등의 키워드를 함께 넣어서 꼼꼼 히 검색해보기 바랍니다. 이것이 여러분의 건강과 재산을 지키는 길입니다.
P.61
2018년 8월 13일자 <아주경제> 기사 <부산 진구청, 공사민원에 '속수무책'??주민들 “불안해서 못 살겠어요"> 에서는, 부산 진구에서 120여 곳의 재건축? 재개발이 동시에 진행 되면서 지반 침하 현상이 확인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이 지역에는 범내골이라는 지명이 있는데, 범천재이라는 개천이 흐 르는 골짜기라는 뜻입니다. 이런 하천을 복개했으니, 근처에서 지 반 침하가 일어날 가능성은 애초에 크다고 하겠습니다. 익명을 요 구한 한 연구자는 이 기사를 통해 범내골뿐 아니라 강과 바다를 매립한 부산의 서면-범내골 구간과 범일동-부산역 구간도 지반
P.61
시간 날 때마다 지도 애플리케이션이나 '국토정보플랫폼'에서 해방촌'과 '수용소'를 찾아보면, 뜻밖에 숨어 있는 미래의 개발 예정지를 찾아내실지도 모르겠습니다.
P.67
양평군?가평군 같은 곳에 전원주택을 짓고 싶어 하는 분도 많은데요. 이런 분들은 기존 마을 주민들의 텃세나 열 악한 도로 사정과 함께 상하수도 사정도 반드시 체크하는 게 좋겠 습니다.
물론 재난 정보와 마찬가지로 상하수도 정보도 구체적으로 확 인하기 힘든 게 한국의 현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가지 간 접적인 방법을 최대한 동원해서 살 곳 where to ive, where to buy의 상하 수도 상황을 체크할 필요가 있습니다.
P.68
단독주택을 지어서 살고 싶은 의향이 있는 분들이라면 박철수.박인석의 『아파트와 바꾼 집: 아파트 전문가 교수 둘이 살구나무 집 지은 이야기 (동복, 2011) 같은 책이 좋은 지침이 되어줄 것입니 다. 재개발되지 않는 '나쁜 입지'를 찾아내는 게 특히 중요해 보였 습니다.
P.77
에드워드 글레이저가 「도시의 승리」(해냄.2021)에서 말했듯이, 도심에 고층빌딩을 지어서 도시 거주 수요를 흡수시키고 직주근접을 달성하는 것이 친환경적입니다. 서울 같 은 대도시에 '마을'을 구현하려는 사람들은 도시 주변의 택지개발 을 유발시켜서 결과적으로 도시 외곽의 '마을'들을 파괴하고 있는 것입니다.
P.80
리처드 플로리다가 자신의 책 「도 시는 왜 불평등한가,(매일경제신문사, 2018)에서 지적하듯이. 이미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의 진입을 막는 도시 러 다이즘'입니다. 층고와 용적률을 높이고, 그 대신 임대주택을 늘 려야 도시의 혼종성이 유지되어 그 도시가 발전합니다.
P.82
역시 실제로 현장에 가보십시오. 자가용으로 휙 둘러보 지말고, 실제로 걸으면서 땅의 높낮이를 확인하십시오. 그곳의 공 기에서 냄새도 맡아보십시오. 맑은 공기인지, 아니면 주변의 공장 이나 축산단지에서 매연과 폐수가 흘러내리는지 확인하십시오.
그리고 직접 버스와 열차를 타보십시오.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는 가족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어떤 불편함이 있을지, 또 본인이 자가용을 사용하지 않게 되었을 때 어떨지 확인해보십시오. 이 방 법은 살 곳 where to ine을 찾을 때뿐 아니라, 살 곳where to buy을 찾을 때에도 참고가 되리라고 믿습니다.
P.95
함께보면 좋을
- 사람들이 몰리고 있는 이곳
https://youtu.be/rUIMdOo3OT8?si=7cG0qpvntTC6rTDK
- 어디서 살 것인가? 어디를 살 것인가?
https://youtu.be/dWkgUfLcwYc?si=8Q57VVoY9qr3Fz-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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