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100원] 임경선 작가의 (슬기로운 결혼생활 이라고 부제를 해주고 싶은)평범한 결혼생활 을 읽고경선 작가의 (슬기로운 결혼생활 이라고 부제를 해주고 싶은)평범한 결혼생활 을 읽고

열심남 2021. 4. 5.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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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내가 좋아하는 임경선 작가의 신간 에세이다.
제목은 '평범한 결혼생활'

아 드디어 부부로서의 결혼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제대로 나오는 걸까? 기대감을 갖게 했던 책이다.

책 첫부분이 인상적이다. 결혼에 대한 작가의 정의!
나에게 결혼생활이란 무엇보다 '나와 안 맞는 사람과 사는 일'이다.

나도 임경선 작가보다는 1년 여정도 모자라지만 올해 12월이면 만 19년의 결혼생활을 한 사람으로서 이 말에 무척 동의하게 된다. 그나저나 나도 꽤 결혼생활이 오래되었구나, 심지어 연애도 3년 정도 했으니, 임경선 작가보다 기간은 더 길 수도 있겠다. 아무튼 이 책을 읽으면서 전작 에세이들을 읽으면서 느꼈던 작가님과의 공통점을 꽤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다른 거라면 나는 남편의 입장에서 작가님이 아내의 입장이라는 약간 다른 위치가 있을 뿐이었다.

결혼생활 19년동안 그래도 다른 비슷한 연차의 부부들보다는 서로 이야기도 많이 하고 꽤 친한 편이라고 느끼고 그렇게 살아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면에 많은 갈등과 소소하거나 심각한 부부싸움들까지...

나도 내년이면 20년차가 될 텐데, 그때면 또 느낌이 다를까? 나를 현타에 들게 했던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 메릴 스트립이 연기했던 프란체스카. 그녀는 왜 로버트(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따라가지 않고 결국 죽는 시점에 묘지는 남편 옆이 아닌 로버트 옆에 묻어달라고 했을까?

비슷한 생각을 작가님도 고민했나보다.

"결국 로버트와의 사랑을 최적화 시키는 일을 고민했고, 순간을 박제하고 물리적으로 거리를 둠으로써 가늘고 길게 사랑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 -p.82.

두 사람이 평생 살아가면서, 사랑이라는 느낌을 지속적으로 가지면 살아가는게 현실의 평범한 결혼에서도 꽤 쉽지 않다. 그게 결혼생활 같다.

물론 '노트북'에서의 아름다운 사랑의 결말을 누구나 꿈꾸기는 하지만 말이다.

<결혼이야기>란 영화에서 노래 가사를 보면 나에게 아내, 혹은 남편,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정의가 된 가사가 나온다. 정말 그런 것 같다.

Someone to hold you too close
Someone to hurt you too deep
Someone to sit in your chair to ruin your sleep
Someone to need you too much
Make me confused
Someone to know you too well
Someone to make you come through
Someone to pull you up short to put you through hell

- Stephen Sondheim


아무튼 결혼에 대한 환상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피할 필요도 없지 않을까?

내가 일반적인 결혼한 유부남과 달리 아직까지 내가 아는 선남선녀 후배들이 물어보면 그래도 결혼은 좋으거라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한 것 같다.

스윽 빠르고 쉽게 읽히는 에세이지만, 그래도 계속 한번쯤 생각하게 하는 글들이다. 쉽게 읽힌다고 쭈욱 읽지 말고 잠깐 , 잠깐 템포를 늦추면서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내 마음의 밑줄

맞지 않는다고 해서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다. 우리 경우, 오히려 그 이질감이 서로를 끌어당겨 사랑을 불살라 단숨에 결혼까지 갔는지도 모르겠다. (중략) 신은 왜 왜 이렇게 두 사람을 짝지어주는 것일까. 인간 좀 되라고?
P.8

▶ 대부분의 결혼생활이 그러지 않을까? 나와 너무 닮은 사람보다는 나와 다른 사람에게 끌리는 거!

그가 팔을 번쩍 들어 흔들며 환하게 웃었다. 그 순간, 그는 더 이상 '길거리에 널리고 널린 아저씨'중 한 명이 아니게 되었다. 심지어 조금 잘생겨 보이기까지 했다.
P.16

▶ 예전에 나의 아내도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만나는 약속을 하고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환하게 웃으며 팔을 흔드는 나의 모습이 너무 좋았다고, 그러면서 요즘은 왜 안 그러냐고??? ㅠㅠ

 

코로나 발생지로 지목되는 중국 우한에서는 도시 봉쇄 이후 이혼 신청이 300퍼센트나 증가했다고 한다.
P.23

▶ 코로나가 시작된 2020~2021년 교육 때문에 은퇴 예행연습을 했던 나로서는 참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24시간 365일 함께한다고 항상 좋은 건 아니다~!

나는 가끔 순하고 덜 예민한 여자가 그의 아내였다면 참 좋았을 것을, 이라며 내 일처럼 안타까워한다.
P.52

▶ 내 아내도 이런 생각을 할까? 어쩌면 할 수도 있겠다. 나도 반대의 생각을 가끔(대부분 싸울 때 지만) 하니까.

생명을 가진 존재와 함께하는 일은 벅차도록 행복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무거운 일이다.
P.53

▶ 반려견을 키우다가 이미 여러 번 헤어짐을 해본 나로서는 아주 공감되는 문구다. 아직도 현재 진행 중...

대체 누가 결혼생활을 '안정'의 상징처럼 묘사하는가. 결혼이라 오히려 '불안정'의 상징이어야 마땅하다.
P.77

▶ 책 첫 부분에도 들어간 문구. 안정적이면서 불안정적인? 어떤 면에서는 그렇고, 어떤 면에서는 그렇지 못한!


프란체스카는 오로지 로버트와의 사랑을 최적화시키는 일을 고민했고, 순간을 박제하고 물리적 거리를 둠으로써 가늘고 길게 사랑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P.82

▶ 서로가 간직하고 싶은 '사랑'은 다른 것이다. 나라면? 결단했을까?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영화에서 난 항상 숙제로 느끼는 건 주인공 둘의 사랑이 아니라 프란체스카의 남편을 나로 동질화하면서 생긴다. 평범한 가정, 평범한 남편 가정과 육아에 충실하고 바람피우지 않고 건실하게 살아간 남편, 아내에게는 그런 남편이 다가 아니라는 사실!! 무서운 사실!

 

편안함의 동전 반대편은 외로움이다.
P.95

▶ 비슷한 결혼생활 연차라 공감되는 바가 크다. 편안해지고 싶어서 각자 싱글 침대를 쓰거나, 심지어 각 방을 쓰는 게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15년 차(혹은 10년 차) 이상의 부부들이 있다. 얼마 전에도 회사일 스트레스에 일찍 잠이 든 나 역시 잠깐 아주 잠깐 그런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편안함이 있다는 건 이제 살 비빌 수 있고 손잡을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편안함은  외로움의 다른 이름. 아직까지 나는(아니 우리는) 외롭지 않음을 선택한다.

나는 오로지 사랑하는 사람과 하루라도 빨리 손가락 깍지 끼듯 뿌리 끝까지 엮이고 싶었다. 낭만주의자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아예 '생각' 자체가 없었던 한심 함이기도 했다.
P.108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아무 생각 없이, 대책 없이 결혼했던 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랬기에 대학 동기 남자들 중에 가장 결혼을 빨리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심지어 결혼을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하나만 짚고 넘어가자면 시가 식구들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은 무척 자연스러운 일이다. (중략) 그저 사랑하는 사람을 통해 인연을 맺게 된 그분들과 서로 인간적으로 존중할 수만 있다면 참 좋을 것이다.
P.110

▶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매일 일상적으로 해야 하는 일들이기에 가급적 어깨 힘을 빼고 해 버리는 것, 그것은 가사 일에 있어서 과히 나쁘지 않은 태도라고 생각한다. 누가 무엇을 얼마나 할 것인가 신경전을 벌이기 전에 가사 일의 크기 자체를 먼저 줄이는 것도 괜찮다.
P.114

▶가사일 이란 그런 것이다. 니일 내일 이렇게 나누면 갈등의 소지가 될 수밖에 없다. 둘 다 안 하는 게 가장 좋은 길!

결혼한 상태에선 상대를 사랑하고 위할수록 내가 없어지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좌절과 열등감을 안겨주고, 나를 가장 잘 알기에 가장 아프게 상처 주는 방법을 꿰고 있다.
P.123

▶싸울 때마다 느끼는 감정들. 어느새 나도 아내를, 아내는 나를 닮아가고 있다.


책정보

평범한 결혼생활
Author : 임경선 지음
Publisher : 토스트
Format : 132 pages
ISBN : 9791197346576

 

사은품증정) 평범한 결혼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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